독일 극우 AfD 약진…작센안할트 선거가 드러낸 정치 변화
독일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이 약진하면서 역사적 구호와 이민 문제를 둘러싼 독일 정치의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지크!” “문트!”…잠깐, 이 구호 괜찮은 거 맞아?
과거엔 유대인, 오늘날 이민자…닮은 ‘분노의 정치’
“모든 건 OOO 때문이야”…독일의 묘한 데자뷰 독일에 다시 모인 익숙한 ‘극우’ 재료들
“지크(Sieg)!”, “문트(Mund)!”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울려 퍼진 구호입니다.
선거에 압승한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 후보 울리히 지크문트를 축하하는 구호이지만, 역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묘하게 느껴지죠.
독일에서는 ‘지크’라는 단어가 가진 역사적 무게가 가볍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일어로 ‘승리’를 뜻하는 이 단어는 80여년 전 나치 독일에서 자주 사용하던 구호였습니다.
제 2차대전을 다룬 창작물을 보면 독일국방군이나 나치당원은 허구헌 날 경례구호로 ‘지크 하일(Sieg Heil·승리 만세)’라고 외치죠. 거의 ‘하일 히틀러’ 구호 만큼이나 자주 볼수 있습니다.
물론 지크문트 지지자들은 ‘지크 하일’을 외친게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다만 지크문트의 이름을 ‘굳이’ 나눠서 ‘지크’라는 단어를 강조한 언어유희는 어딘가 수상하죠.
더욱 수상한 점은 오늘날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독일 민심입니다. 한 때 독일은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겠다는 ‘브란트마우어(방화벽)’ 원칙이 있을 정도로 극우와 철저히 거리를 뒀습니다. 과거 극우 나치당의 역사적 폐혜를 반성하고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독일에서 극우 성향의 Afd는 어느 정당의 도움 없이 약진하고 있습니다. 조금전 작센안할트 선거에서만 43.8%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2021년보다 23%포인트 상승했죠. 반면 집권당인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은 17.2%로 19.9%포인트 급락했습니다.
게다가 독일은 러시아에 대한 안보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무장에 박차를 가했고, 동시에 베를린 주의회에서는 극좌 성향의 좌파당(Die Linke)이 처음으로 승리했습니다. 독일 역사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100년전 데자뷰처럼 느껴질 법 합니다.
◆히틀러의 합법적인 선거 승리와 ‘분노의 화살’
약 100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봅시다. 1928년 독일 총선에서 국가사회주의독일 노동자당(NSDAP)의 득표율은 2.6%로 참패를 겪었습니다. 아,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이라는 이름이 낯설다고요?
별칭은 익숙할 겁니다. 바로 나치당이죠.
독일의 1928년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제정이 폐위되고 바이마르 공화국 체제 하에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였습니다.
물론 나치당 같이 독일의 재무장과 강력한 독일을 주장하면서, 유대인과 비(非)독일인을 차별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존재했습니다. 다만 이들은 철저히 ‘호프집에서 술취해서 언성을 올리는’ 무뢰배 취급을 당했죠.
다만 1929년부터 시작된 미국발 경제대공황은 겨우 살아나던 독일 경제에 치명타를 가합니다. 짧게 말하면 미국 다음으로 가장 크게 경제가 침체된 나라가 독일이었고, 노동자 3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에 빠졌죠.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불만은 커지게 됩니다. 대중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쉽고 빠른 방법은 바로 ‘분노’죠. 경제를 되살리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건 비용도 시간도 많이 필요로 합니다.
다만 “모든 건 OOO 때문이다!”라며 분노의 화살을 돌리면, 의외로 불만은 쉽게 가라앉습니다. 정치인은 이 분노를 이용했습니다.
당시 나치당이 내건 강령을 보면 분노의 화살이 어디로 향하는 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나치당의 강령 몇 개만 가져오겠습니다. 바로 △유대인 시민권 박탈 △이민법 개정 및 자격없는 이민자 추방 △비독일인의 추가 이민 저지 △대기업의 이익 분배 △언론에 의한 가짜뉴스와 유포에 대한 처벌 △공익을 해치는 언론 금지 등입니다. 기시감이 드는 건 제 착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치당은 경제 불황으로 불만이 커진 대중들을 파고들었습니다. 1930년 선거에서 나치당의 득표율은 18.3%를 기록하며 약진했고, 1932년 7월에는 37.3%를 득표해 독일 최대 정당으로 등극했습니다.
특이하게도 같은해 총선에서 정반대 성향의 독일공산당(KPD)은 14.3%를 얻으면서 급부상하죠. 마치 올해 독일에서 AfD와 좌파당이 각각 약진하는 것 처럼요.
아, 가끔씩 나치당은 좌파 정당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설명드리자면, 나치당은 명백한 극우 정당입니다. 당명에서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있어서 ‘나치당=좌파’라고 단순하게 연결짓는 사람들이 꽤 존재하는데요.
물론 나치당에 진보 성향의 일부 당원들이 존재한 건 맞지만, 주류 당원과 강령은 명백하게 극우로 분류됐습니다. 게다가 아돌프 히틀러는 정권을 잡기 위해 독일 극우 세력과 연대를 강화했고, 집권 이후에는 ‘장검의 밤’이라고 불리는 내부 숙청을 통해 나치당 내 좌익 계파를 모두 제거했죠.
히틀러의 패악 행위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모두가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말하고 싶은 건 히틀러는 명백하게 선거를 통해 집권했고, 당시 절대 다수의 독일 국민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부분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죠.
◆독일정체성·재무장·지크(승리)…독일의 ‘데자뷰’
아니길 바라지만, 오늘날 독일 역시 이와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1.3%로 저성장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또 제조업 강국인 독일 산업 구조가 한국이나 중국과의 경쟁에서 조금씩 밀리면서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죠. 게다가 인공지능(AI)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지도 못했고요.
특히 과거 동독 지역인 동부 지역은 상황이 더 열악합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동독 지역의 1가구 평균 순자산(부채 제외)은 약 12만5500유로(1억9400만원)로 서독 지역의 25만7100유로(3억9700만원)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베를린을 포함한 동독 지역의 연 소득 중간값 역시 2024년 기준 2만5900유로(4004만원)로, 서독 지역에 비해 약 2200유로 낮죠. 독일 동부과 서부 간 경제적 격차는 장기간 누적된 문제로, 동부 지역의 시민들의 불만 역시 커져가고 있죠.
이 때문에 독일 동부 지역에서 AfD의 약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입니다. AfD의 ‘자국중심주의’, ‘반이슬람·반이민주의’, ‘독일정체성주의’ 등의 성향은 분명 100년전과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또 분노의 화살이 과거 유대인에서 오늘날 이주민으로 돌아갔을 뿐 시위가 당겨진 건 비슷하죠.
게다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러시아의 확장주의적 행보는 독일의 불안을 키웠습니다.
당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 안보정책의 ‘시대전환(Zeitenwende)’을 선언하며, 사실상 재무장을 추진했습니다. 뒤를 이은 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정부도 국방비 예산을 대폭 들리면서 국방력 증강에 속도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거 나치당이 독일의 무장을 제한했던 ‘베르사유 조약’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재무장을 선언한 사례가 문득 떠오르긴 한데, 착각이길 바라겠습니다. 분명 그때와 지금의 재무장의 결이 다르기도 하고요.
중도층이 무너지면서 극우와 극좌가 부상하는 정치적 양극화 현상은 비단 독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독일 대신 다른 선진국을 갖다 대봐도 얼추 맞는 경우가 많죠. 남 이야기 아닙니다.
독일은 2차 대전과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임으로 극단을 경계하는 정책과 문화를 유지해왔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실패와 히틀러의 집권 과정을 분석해 앞서말한 ‘방화벽’처럼 방어적 민주주의를 설계했죠. 오늘날 독일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중도 가치와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초심을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馮-X.Féng--THT-士蔑報